

사랑하는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첫째 아이를 키우면서 해주지 못했던 것들, 내가 부족했던 부분을 너무나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둘째 아이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시작하는 마음가짐부터 조금 달랐던 것 같다. 한 순간도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랄까.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4박 5일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되게 감사했다.
병원 퇴원을 앞두고 퇴원교육을 해야 한다고 해서 교육을 들으러 식당에 모였다.
밥을 먹으면서 퇴원 교육을 듣는데, 첫째 아이 떼는 들리지 않던 이야기가 들렸다.
신생아 청력검사에서 pass를 받지 못한 아이들이 간혹 나온다는 거였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다시 재검하면 보통 정상으로 나온다고 하셨다.
그 이야기가 왜 내 귓속에 정확하게 박혀버렸는지 아직도 그 싸한 기운을 설명할 길이 없다.
신생아 청력 선별검사란?
신생아 청력 선별검사에 사용되는 검사방법은 유발이음향방사검사(otoacoustic emission:OAE)와 자동화 청성뇌간유발반응검사 (automated auditory brain stem response: AABR)등이 있다. 출생 후 생후 3년 동안 아이 언어발달에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청각이 제대로 소리에 반응하는지를 꼭 살펴야 한다. 3세까지 아이가 자신이 들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표현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이런저런 검사들 중에 청력 검사를 필히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난청의 조기진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하며 선별검사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염색체 검사, 지스캐닝
지스캐닝은 선천성 염색체 이상 질환과 관련된 염색체 부위를 SNP Microarray 분석 방법으로 분석하는 신생아 염색체 이상 선별 검사이다. 이 방법을 통해 염색체 이상과 관련된 질환을 확인할 수 있다.
신생아실에서 한 검사, Pass or Refer
둘째 아이는 신생아실에서 처음 받은 검사에서 왼쪽 귀 refer가 나왔다. 오른쪽 청력은 정상이나, 왼쪽이 소리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결과였다. 선생님은 아직 물이 덜 빠졌거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으니 조리원 퇴소할 때, 다시 한번 검사를 해보자고 하셨다.
조리원에서의 생활은 편치 않았다. 마음이 너무 무거웠고 매일 울면서 지냈다. 모자동실 시간에도 아이에게 미안해서 눈물만 흘렸다.
그리고 귀에 손을 얹고 참 많이 기도했다.
조리원 퇴소일이 다가왔고 나는 다시 병원 신생아실을 찾았다. 아이와 함께.
아이는 다시 검사실에 들어갔고, 또 한 번 왼쪽 청력 리퍼가 나왔다.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졌고, 선생님은 우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내일 다시 한 번 더 해보자고 하셨다.
다음날 나는 다시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고, 결과는 같았다.
선생님은 소견서를 써 주겠다며, 대학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하셨다.
편측성 난청 (SSD)
편측성 난청이란, 말 그대로 한쪽이 난청이라는 말이다.
일상생활하는 데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장애로 인정되지 않으며, 인공와우 수술 지원을 받을 수도 없다.
장애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군 복무 같은 경우도 당연히 면제가 아니다.
네이버 카페에 It’s ok, SSD라는 편측성 난청 아이를 둔 부모들의 카페가 있다.
나도 이곳에서 도움을 꽤 많이 받았다.
한림대학교 강남 성심병원
예약을 하고 병원에 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검색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이가 생후 60일 즈음되던 때, 청력으로 유명하다는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으로 향했다.
교수님 진료 전에 AABR 검사를 먼저 진행했다.
검사실에 아이를 안고 들어가서 검사 상황을 지켜보는데, 왼쪽 청력 반응 그래프가 움직이지 않는 걸 내 눈으로 보고 말았다.
얼마나 절망감을 느꼈는지, 겉으로 눈물을 흘리진 않았지만 가슴이 소리치며 마구 울고 있는 게 느껴졌다.
엄마가 가슴으로 운다는 말이 무엇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엄마로서 강해져야 하기 때문에, 내가 먼저 이겨내야 아이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에 겉으로 눈물을 흘리진 않았지만 내 가슴은 눈물범벅이었다.
검사 후, 교수님 진료가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었는지 둘째 아이 왼쪽 귀에는 오래된 물이 가득 고여있다고 하셨다.
물이 원인인 것 같다고, 다음엔 이쪽 말고 분당 차병원으로 의뢰서를 써주신다고 하시기에, 아주대병원으로 부탁드렸다.
아주대학병원
아주대학병원도 예약을 하고 한 달쯤 기다렸다가 병원 진료를 보게 되었다.
한달 쯤 더 기다리면서 왼쪽 귀에 물이 더 빠졌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아주대학병원에서 한 검사는 OAE 검사였다.
검사하는 도중 오르락내리락하는 숫자는 볼 수 있었지만 이게 정상인지 아닌지는 검사 도중 알 수 없었다.
검사를 마치고, 교수님을 만났다.
그리고 우리 아이 왼쪽 귀 정상이라는 판정을 주셨다.
재검 세 번 만에?
우리 아이는 신생아실 재검만 세 번 했고, 한림대학병원에서 한 번, 아주대학병원에서 한 번, 총 다섯 번에 걸쳐 검사한 결과 정상 판정을 받았다.
재검 떠서 다시 검사하면 85% 정도는 정상 판정이 나온다. 그중 10%는 또 한 번의 검사로 정상 판정을 받는다.
나머지 5% 정도만 대학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게 된다. 그렇지만 그게 안 좋은 소식은 또 아니다.
우리 아이처럼, 다섯 번만에 정상 판정을 받기도 한다. 재검이 한 번 떴다고 해서 너무 좌절하지 않기를 바란다.
분명, 아이만의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있기에, 그 아이가 있는 거다. 그리고 그 아이만이 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